높낮이가 다른 주파수구별능력과 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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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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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파수, 즉 다른 높낮이의 소리 두 개가 "삐삐"하고 들렸을 때 앞에 나온 음이 뒤에 나온 소리보다 높은지 낮은지 구별할 수 있는지 여부는 내이(inner ear)의 기저막(basilar membrane) 전체에 걸쳐 3~4열로 배열되어 있는 외유모세포(outer haircell) 1만 2천여 개의 운동단백질(prestin)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밖에서 들어오는 음파가 일으키는 떨림은 중이(middle ear)의 증폭 작용을 거치더라도 내이에서 전달 매질이 액체로 바뀌면서 필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외유모세포가 운동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소리의 미세한 높낮이 차이도 구별할 수 있도록 소리 신호를 증폭하게 된다.
이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음소, 특히 자음처럼 지속시간이 짧은 음의 구별능력이 부족하게 되어 음소인식능력(phonemic awareness)에 중대한 결손이 생긴다. 음소인식능력에 문제가 있으면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 심리적 문제도 유발되고 언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언어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문자를 제대로 학습하여 처리하지 못하니 난독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초분절적 자질(suprasegmental features) 훈련이 실은 모국어는 물론 외국어 습득/학습을 위해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은 대다수의 학부모 및 교사들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아래 본문 중에서 언급되었듯이 삑삑 소리의 순서 구별 훈련에는 글자도 없고 단어도 없고 문장과 이야기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개발된 신경과학 기반 언어/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나 노인 인지언어기능 향상 프로그램에 왜 이런 훈련을 초기부터 후반부에 걸쳐 광범위하게 넣어 놓은 것일까? 왜 청취능력 검사를 할 때 근접 주파수 음의 높낮이 구별능력 검사가 주요 측정항목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
학술 논문에서 현재 통용되는 해당 용어들은 다음과 같다: auditory temporal-interval discrimination(청각적 시간 간격 구별), auditory spectral-temporal response selectivity(청각적 시간 스펙트럼 선택성), frequency modulation encoding(주파수 변조 부호화), spectral/temporal sound sequence separation(시간/스펙트럼 소리 연속 구별), sensitivity to auditory frequency modulation(청각적 주파수 변조 민감도) 등
위 핵심어들로 학술 논문 검색을 해보면 관련 저널 아티클들이 대단히 많다. 내가 확보한 관련 논문들도 수십 편에 달한다. 아래 인용한 글에서 언급된 머제니크 박사는 최근까지도 유수의 청각처리 관련 저널 논문들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경가소성에 대한 성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청각처리에 집중하여 후속 연구를 수십 년 간 진행해왔고 럿거스대 폴라 탈랄 교수도 음악과 언어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을 2006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단순한 능력의 이상으로 인해 난독증이나 학습장애, 언어장애, 인지장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청각 신경학/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주제로 연구 계획서를 제출했을 때 교육계나 정부 관계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한두 시간 이상의 강의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발표를 듣고 난 후라도 얼마나 그들이 받아들이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SLC에서 개발한 훈련의 경우에는 단순 순음(pure sound) 두 개만으로 평가하던 것을 더 발전시켜서 소리 주파수가 상향하거나 하향하는 자극(sweep sound라고 명명함)을 만들었고, 각 단위음의 지속시간(duration), 자극 간 간격(inter-stimuli interval)을 점차 짧게 좁혀나가 신경가소성 원리에 적합한 훈련을 설계하여 효과를 극대화했다. 처음에는 두 개의 스윕사운드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다섯 개까지 스윕사운드 연속을 확장시켜 나간다. (짐작할 수 있듯 네다섯 개 신호음이 좌악 지나간 후 그 음 순서를 고스란히 기억해서 클릭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단순해 보이는 이 훈련 단 한 개의 배후에 수십 년 동안 쥐, 새, 고양이, 원숭이,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하여 연구 되어온 수백 편의 학술적 실험 논문들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우리나라 학계/교육계가 감히 넘보기 힘든, 미국의 학술적/교육적/상업적 저력이 있다. 각 동물 종별로, 약 50년에 걸쳐 탄탄하고 엄정한 이론적 검증 작업을 거쳐 개발된 프로그램을, 그저 몇 사람의 직관과 협의와 고집만으로 단기간에 급조한 우리네 일부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능가할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이지만 분명한 신경생리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학습법/치료법을 위해 지원할 용의가 있는 우리나라 연구지원 관청이나 펀딩 주체가 존재할 가능성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출처] 초분절적 선택성 훈련을 통한 언어능력 개선 (뇌과학적 영어 학습법) |작성자 SPark